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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은 자’들을 위해 평생 헌신했다가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1936~2025) 교황은 2014년 8월 4박 5일간 방한했다. 즉위(2013년) 이듬해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 그는 한국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만났다. 그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범죄 피해자 가족, 북한 이탈 주민,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상처받고 위로가 필요한 약자들’ ‘가장 평범한 이웃’들을 직장인채무통합대출 눈을 맞추며 끌어안았다. 그가 한국에 남긴 울림은 크고 깊었다. 교황과 손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던 이들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11년 전 교황의 위로와 축복, 은혜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며 “교황의 평화로운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2014년 방한한 프란 은행서민대출 치스코(오른쪽) 교황과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가 손을 맞잡고 있다. /이호진씨


“세례받고 나오는 저를 소리 없이 따라 걷던 교황을 뒤돌아보니 햇살처럼 웃고 계셨습니다. 천국에서 먼저 간 우리 아들과 벌써 만나셨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받았던 이호진(66)씨는 이날 통화에서 울먹이면서 말 회사원 장은아 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 고(故) 이승현군 아버지다. 방한 나흘째 되던 날 아침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종로구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이씨에게 1시간 동안 세례를 주었다. 이씨 혼자만을 위한 세례식이었다. 이씨가 방한 이튿날 미사에서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세례를 요청했고, 교황은 “또다시 그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며 수용 마이너스통장 연장 서류 했다. 이씨가 선택한 세례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름과 같았다.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은 건 25년 만이었다.
이씨는 “(사고 당시)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며 “교황을 만나기 전 십자가를 지고 (아들이 다니던) 단원고부터 팽목항까지, 다시 팽목항에서 교황이 오신다는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계속 걸었는데 다리가 소상공인 아픈 것도 몰랐다”고 했다. 이씨는 막내아들 승현군을 떠나보낸 뒤 5㎏ 십자가를 지고 900㎞를 걸었다. 그는 “세례를 받기 전에는 살아야 하는지 죽어야 하는지 몰랐었고, 무작정 걸었다”며 “세례 이후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것보다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교황의) 은혜에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시 교황은 그에게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살아달라”고 했다. 이씨는 “알겠습니다, 교황님.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승현이를 포함한 단원고 학생들과 교황이 천국에서 만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숲속에서 놀던 아이들이 ‘교황님 오셨다’는 말에 웃으며 달려갔을 겁니다. 천국에선 언어가 똑같겠지요.”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었는데… 그날 교황이 날 살렸다"
“범죄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교황님!”
2005년 범죄로 딸을 잃은 배덕환·김기은씨 부부의 외침에 당시 교황은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물아홉 살이던 딸이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범인은 집착이 심했던 남자 친구였다. 삶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30여 년간 천주교 신자였던 김씨는 남편 배씨와 함께 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임 ‘해밀’ 활동을 하면서 슬픔을 삭였다. 그러다 교황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씨(77)는 통화에서 “교황과의 만남이 평생 부모 속 한번 안 썩인 착한 딸이 하늘나라에 가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씨는 “교황을 만난 이후 다시 힘을 내고 기부도 하고 열심히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남편은 2년 전 별세했다.



빗속에서도 추모객 몰린 명동성당 - 22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명동성당.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쓴 추모객들이 몰렸다. 추모 행렬이 50m 이상 이어졌다. /장련성 기자


김씨는 교황 방한 당시 세월호 가족과도 인연을 맺었다. 아직까지도 1년에 몇 번씩 유가족들과 연락을 한다. 김씨는 “교황님 덕분에 힘든 일이든 기쁜 일이든 주변과 나누고 의지하면서 살 수 있게 됐다.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고 했다.
방한 당시 교황을 KTX 열차 안에서 만났던 한 승무원은 교황을 만난 뒤 교인(敎人)이 됐다. 당시 여객 승무원이었던 신상희(50) 코레일 여객전무는 KTX에 탑승한 교황을 직접 안내했다. 신 전무는 “그 ‘바티칸’에서 왔다는 교황이 해진 옷과 신발,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소탈해 보였다”고 했다. 당시 교황은 경호원들 만류에도 신 전무를 포함한 승무원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줬다. 교황은 “축복과 함께 저를 위한 기도를 부탁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는 “남들에게 감사하고 주변을 살피는 습관을 들이게 된 건 교황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방한 당시 교황은 북한 결핵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해 온 미국 천주교 메리놀회(會) 함제도(미국명 제러드 해먼드·92) 신부에게 “북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로해주고 싶다”고 했었다. 함 신부는 1993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을 62번 방문했다. 함 신부는 “겸손하고 인간답게 살자는 교황의 가르침을 지키려 애써왔다”며 “아직 세상을 위해 해주셔야 할 역할이 많은데…”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로 아들 남윤철 단원고 교사를 떠나보낸 어머니 송경옥씨는 “교황은 당시 ‘여러분이 유명인이 아니라서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며 “교황께서 생전 만났던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위로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한 손으로는 송씨 손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기도하겠다”고 했었다. 지금은 가고 없는 아들 남씨도 다섯 살 때 세례를 받았었다. 송씨는 “가톨릭에서는 ‘사랑’이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며 “교황의 사랑이 이어져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더 많이 위로받는 세상이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로 남편 정원재씨를 잃은 김봉희(67)씨도 아직도 11년 전 교황을 만나 손을 맞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씨는 “갑자기 남편을 잃고 황망한 중에도 TV에서 교황이 나오면 ‘그래, 내가 저분을 뵀지. 버틸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22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명동성당.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쓴 추모객들이 몰렸다. 추모 행렬이 50m 이상 이어졌다./장련성 기자


이날 오후 교황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은 교황의 마지막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200여 신자가 우산을 쓴 채 서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았던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도 교황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방한 당시 교황은 팔과 다리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이구원(35)씨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시 24세 청년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았던 교황의 따스한 손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제 눈을 맞추기 위해 쪼그려앉아 ‘가장 낮은 자세’에서 손을 잡았습니다. 그와 같은 대단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저 같은 약자를 위해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 인근에서 침몰해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이 희생된 사건. 올해로 사건 11주기를 맞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을 제일 먼저 만나 손을 잡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