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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랄한 청춘들은 음악을 영상으로 먼저 접하는 세대다. 엄마든 언니든 윗세대가 먼저 구입해서 듣던 CD를 우연히 옆에서 접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매력적인 음악과 아티스트를 찾아낸다. 혹은 친구가 공유한 짧은 쇼츠 또는 릴스를 먼저 본다. 후킹한 중소기업자금대출 멘트를 보고 호기심에 클릭하지만, 그 뒤로는 예상한 그대로다. 관심이 없으면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그대로 창이 닫힌다. 그게 아니라면 영상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몇 개를 이어 보다가 적극적으로 검색창에 아티스트의 이름을 검색한다. 그럼 또 이와 연관된 알고리즘이 형성돼 비슷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뜨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이 요즘 젊은 세 없는사람취급 대가 음악과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쇼츠와 릴스의 풍년 속에서, 젠지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메시지적으로 혹은 형태적으로 분절된 음악의 존재를 경험한다. 클래식이란 장르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때로는 ‘1분 만에 꿀잠 자는 멜로디’로, 때로는 ‘접신한 수준의 미친 연주’ 혹은 ‘기교 미쳤다는 평가받는 피아니스트’로. 멜로디, 연주 스타일, 음악가의 외모 다자녀전세대출 등을 주제 삼아 1분 내외로 짧게 잘린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집중을 유도한다.
그 결과는 사뭇 고무적이다.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장르에 쉽고 짜릿하게, 단번에 젊은 세대가 침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흔히 듣던 K팝이 아닌 클래식이라는 낯선 장르의 음악과 연주자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들 방식대로 소비하는 젠지들. 그들의 특성은 클래식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부터 클래식 홍보 업무를 해온 더브로드의 최혜조 대표는 “유튜브 등 영상으로 먼저 음악을 접하다 보니 클래식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며, “본래 클래식은 사실 평론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장르였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클래식은 음악의 뉘앙스, 연주의 질 차이를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데, 그 차이를 짚어주고 해설해주는 것이 전문가로서 평론가의 역할”이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요즘 클래식에 빠진 젊은 세대에게 평론가의 존재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일단 유튜브에서 임윤찬을 찾아보면 알고리즘에 저절로 같은 곡을 연주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목록이 쭉 업데이트된다. 임윤찬의 연주와 조성진의 연주, 임동혁의 연주, 그리고 해외 아티스트의 연주까지 모두 들어봐도 그들의 연주를 두고 예리한 해석을 내놓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다수의 젠지는 평론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다음 스텝으로 〈또모〉와 같은 클래식 특화 유튜브 채널에서 예능형 콘텐츠를 보는 쪽을 택한다. 현장에서의 섬세한 음향 차이를 느끼기 전에 녹음된 음원으로 여기저기서 클래식을 다채롭게 접하고, 그 뒤에 공연장을 찾는다. 한편 클래식에 관심이 생긴 젠지들이 아티스트들의 SNS부터 팔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요즘 아티스트들은 직접 라이브 방송,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 자신의 음악에 관해 말하고, 나아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털어놓는다. 결국 해설과 평론이라는 행위는 무용해진다. 누구보다 나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고, 행위의 모든 근간이 나 자신의 의지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젠지에게는 SNS를 통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아티스트가 가장 의미 있는 발화자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클래식 시장의 흐름은 최혜조 대표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현재 클래식 음악은 가요의 소비와 비슷해졌다.” 이보다 더 정확한 진단은 없다.
갑자기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올해는 조성진이 데뷔 10주년을 맞는 해로, 유튜브를 통해 연주 실황이 공개되며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그의 서사가 10년째 이어져온 해라고도 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등 앞서 유명했던 아티스트들도 팬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관객들은 대부분 4050세대였고, 공연장에서 음반을 산 뒤 아티스트에게 사인을 받는 등의 다소 정형화된 패턴으로 팬 활동이 이뤄졌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조성진은 자신보다 앞서 조직화된 팬덤으로 클래식계를 흔들었던 임동혁보다 더 넓게 대중적인 팬덤을 확보했다. 그 안에 10대나 20대와 같은 어린 팬층이 포함돼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생겨난 자연스러운 변화로, 유튜브와 SNS 세대인 젠지들이 클래식 인구로 편입되며 또 한 번 시장의 변화를 끌어낼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흐름을 이어갈 연주자는 누가 될까? 2023년, 20주년을 맞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정규빈이 피아노 부문 1등을 차지했다. 2019년에 임윤찬이 해당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이후로 나온 첫 우승자라 잠시 ‘넥스트 임윤찬’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어 2등을 차지한 김송현은 정규빈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연주자다. 아직까지 팬덤이 크진 않지만, 각자의 취향과 스타일로 무대를 만들어가는 두 젊은 아티스트의 활약은 기대해볼 만하다.
클래식 시장을 파고든 젠지 세대와 함께, 클래식이라는 장르 자체에 획기적인 변주를 주는 예도 생겼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에 특별한 콘서트를 열었다. 흔히 SM엔터테인먼트에서 개최한 콘서트라고 하면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떠올리기 쉽지만, 놀랍게도 이번 콘서트는 산하 레이블인 ‘SM 클래식스’의 공연이었다. 자사 아티스트들의 곡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선보인 것. SM 클래식스의 문정재 대표는 이번 공연에 대해 “SM이 기획하고 제작한 클래식 공연이라는 점에서 평소 K팝 또는 클래식 공연을 찾는 관객분들에게 지금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목표는 확고하다.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는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를 접목하는 것인데, 계속해서 신선한 사운드를 원하는 K팝과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 음악 사이에서 저희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음악적인 경험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겪는 세대교체, 고전적 스토리텔링 방식의 변주 등 지금 한국의 클래식 시장은 다채로운 주제로 재미나게 흔들리고 있다. 기존의 음악가들과 팬들은 이런 변화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백 년 동안 대중에게 가까워지지 못하고 늘 어렵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클래식 장르에 상당히 과격하고 직선적인 침공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시대를 설명하는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고, 그 기술이 퍼지는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아티스트가 되고, 동시대의 아이들이 아티스트의 팬이 된다. 그리고 세대를 흔드는 독특한 감각의 아이디어들이 기존의 시장을 흔들어 새로운 도전을 가능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화를 무조건 위기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확실히 재미없다. 영 힙하지 않다.


클래식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 3.


「 몽크투바흐 @monk.to.bach 」
매주 토요일 오후, 클래식 음악 감상회가 열리는 음악 감상실 겸 카페. 주제는 매번 다르지만, 클래식 음악의 필수 음반을 엄선해 리스너들의 귀를 트이게 해주는 곳이다. 오너의 뚝심 덕분에 무조건 대중적인 음반이 아닌 취향을 타더라도 음악성이 있는 음반까지 두루 들을 수 있기 때문. 풍부한 저역과 섬세한 고역을 지닌 하이엔드 스피커 ATC ‘SCM 150 PSL Magnolia’ 스피커의 음질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부천아트센터 @bucheonarts 」
지방자치단체가 지은 클래식 전용 홀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덕에 클래식 음악 팬들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파이프오르간이 선사하는 최고 수준의 음향도 음향이지만, 동시대 주목받는 연주자의 공연을 선보이는 ‘프라임 클래식’ 공연 시리즈, 실내악의 매력을 전달하는 ‘챔버 뮤직 시리즈’, 젊은 연주자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영 프론티어 시리즈’ 등 퀄리티 높은 공연이 매년 관객을 찾는다. 올 상반기에는 4월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이베타 압칼나 오르간 리사이틀, 5월 티에리 에스카이쉬&로맹 를뢰의 오르간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 하이마트음악감상실 」
‘하이마트’라고 해서 전자 제품 매장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독일어로 ‘마음의 고향’을 뜻하는 이 음악 감상실은 작고 아담하지만, 무려 68년의 역사를 지닌 단단한 공간이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카페에 앉아 주인장의 취향이 물씬 느껴지는 보물 같은 셀렉션을 감상할 수 있고,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용료는 단돈 8천원.